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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스크랩] `케 세라 세라`(Que sera)

by 안나 무지개 2012. 10. 19.

  '케 세라 세라'(Que sera)

 

  제가 우연히 어떤 자료를 찾다가 오래 전, 꼭 6 년 전, 이맘 때 쓴 글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머리 식히기에는 나쁘지  않은 글이라고 느껴져 다시 여기에 나눕니다.

 

  얼마 전에 어느 지인이 제게 요즈음은 지리한 장마로 불쾌지수는 높고, 정말 아무 일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 짜증이 난다고 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거기에 '케 세라 세라' '될 대로 되라'하면서 산다고 썼더군요.

  문득 '케 세라 세라'의 뜻을 떠올리면서 혼자말로 중얼거렸지요. '케 세라 세라'는 좋지만 '될 대로 될라'는 아닌데...., 하하.

 

  원래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는 스페인어인데 영어로 직역하면, 'what will I be,will be'가 됩니다. 하지만 노래에서 'whatever will be, will be'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만 누군가가 그것을 우리말로 잘못 옮겨서 흔히 많은 사람들이 '될 대로 되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보다 정확하게 의미상으로 옮기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가 됩니다.

  다시 말해, '케 세라 세라'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가 아니라, 우리 삶 안에서 때로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고 한다면, 그것을 자기 인생에서 하느님의 계획표 안에 들어있던 그분의 뜻임을 알고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흐르는 강을 바라보십시오. 강물을 결코 거슬러 올라가지 않습니다. 다만 아래로 흘러내릴 뿐이지요. 강물은 우리에게 말없이 가르쳐줍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라도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흐름에 따라 내려가라고.

 

  아시다시피 '케 세라 세라'는 유명한 노래 제목이기도 하지요. 이 노래는 50년대부터 미국의 팝 가수로 활동하던 도리스 데이(Doris Day)가 불러 히트했지만, 그 후 이탈리아 출신 칸소네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Hose Feliciano)가 불러 이태리 산레모 가요제에서 입상한 후 우리나라에서 더욱 유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리듬도 그렇지만 가사도 재미있는 노래이지요. 노래 가사에서 한 부분만 옮겨볼까요?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s not ours to see.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케 세라 세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무엇이 되든지, 결국 그렇게 되리니

미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네.

 

케 세라 세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무엇이 되든지, 결국 그렇게 되리니

 

  제가 지난 해 [미완성 교향곡]이라는 책을 냈었습니다. 저의 제3수련 동안 했던 8일 피정을 이끌어 주신 탐 오골만 신부님의 강의 내용이었지요. 그분이 올해도 예수회 제3수련자들에게 피정 지도하러 오셨어요. 지금 말씀의 집에서 피정 지도를 하시고 계시지요.

  저도 신학생들 피정 지도 중이지만 면담 시간을 조정하고 오골만 신부님의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오늘 피정 강의 주제가 '와서 나를 따라라(Come, Follow Me)'이었습니다. 강의 중에 신부님께서 당신의 성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어요.

  당신이 십대 청소년이었을 때, 자기는 절대 사제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대요. 삼촌이 사제이고 형도 사제가 되겠다고 하는데 자기는 형과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답니다. 그러다가 그러면,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놀랍게도 자기 내면에서는 사제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자기는 형과는 달리 예수회 사제가 되기로 했대요.(형은 뉴욕 교구의 사제랍니다.).

  예수회에 입회하면서 자기는 하나의 조건으로 내건 것이 있었답니다. 절대로 자기를 외국으로 선교를 보내지는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답니다. 예수회의 성소 담당자는 웃으면서 예수회원이 모두 선교를 나가는 것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미국 안에서도 할 일이 너무 많고 너는 미국에서 사목하면 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자기는 안심하면서 예수회에 입회했답니다.

  그런데 수련자 때 이미 필리핀 선교를 청하는 말씀을 수련장 신부님께 드렸답니다. 수련장 신부님은 '너는 안 된다'고 하는 거절의 말씀을 하시면서 'only the best '(최고만) 선교를 보낸다고 하셨답니다. 그 말은 '너는 최고가 아니니 꿈도 꾸지 마라'라는 의미였으니 젊은 나이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어요?

  그래도 신학생 때 원장 신부님께 다시 원의를 말씀드렸더니, 관구장 신부님에게 편지를 드리라고 하여 선교를 청하는 편지를 드렸고, 그해 필리핀으로 선교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답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 생일날 받은 생일 선물이었답니다.

  그래서 40년이 넘게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일했는데 작년에 다시 새로운 부르심으로 미얀마로 가서 사목하게 되었지요.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 다시 더 가난한 다른 나라에 선교를 떠나신 신부님의 열정, 그리고 그렇게 이끄시는 하느님의 오묘한 손길은 놀랍기만 합니다. 신부님의 강의에서 하느님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실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시면서 거룩한 열정을 가슴에 품고 늘 그분의 부르심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 아니지요. 그분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시는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그분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시든지 다만 우리는 그분을 따르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참 쉽지 않지요. 그렇게 때문에 우리에게 기도가 필요합니다.

  케 세라 세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단지 우리에게 달린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매일 우리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지만 우리의 미래는 온전히 그분께 맡겨드려야 합니다. 다만 그분의 이끄심을 따라 길을 걸어갑니다. 우리네 인생은 나그네길이니까요.

출처 : 홍천 영혼의 쉼터
글쓴이 : 류해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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