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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퍼온글

[스크랩] 풍요로운 감옥

by 안나 무지개 2012. 11. 11.

 

 

풍요로운 감옥

 

 

철학자 마르쿠제 같은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풍요로운 감옥'에 비유하고 있다.
감옥 속에 냉장고와 세탁기가 갖추어져 있고,
텔레비전 수상기와 오디오가 놓여 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들 자신이
그런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런 감옥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시들하고 따분하고 그저 그렇고
그런 일상성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나름의 투철한 질서가 있어야 한다.
자기 질서를 세우려면
안이한 일상성에 대한 저항과 맺고 끊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기르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곁가지의 가지치기가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인간 형성의 길에 있어서랴.
 
요즘처럼 시끄럽고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에서는
무엇보다도 단순한 삶이 긴요하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을 안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를
스스로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한 삶을 이루려면
자기 억제와 자기 질서 아래서 보지 않아도 될 것은 보지 말고,
읽지 않아도 좋은 것은 읽지 말며,
듣지 않아도 될 소리는 듣지 말고,
먹지 않아도 될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적게 보고, 적게 읽고,
적게 듣고, 적게 먹을수록 좋다.
그래야 인간이 덜 닳아지고 내 인생의 뜰이 덜 시든다.
보다 적은 것은 보다 풍요한 것이니까.
 
행복의 조건은 결코 크거나 많거나 거창한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데 있다.
조그마한 일을 가지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조촐한 삶과 드높은 영혼을 지니고 자기 인생을 살 줄 안다면
우리는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풍요로운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무엇보다도 정신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자기 인생에 대한 각성 없이는 벗어날 기약이 없다.
깨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고,
깨어 있는 사람만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끝없는 탈출을 시도한다.
 
보람된 인생이란 무엇인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한다.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이다. 
 
 
 -법정 스님 < 맑고 향기롭게 >에서- 

 

 

출처 : 체칠리아의 또 다른 루니아
글쓴이 : 체칠리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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